이 연재는 분석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우리는 과거 데이터 저장-검색시대의 방법으로 데이터를 바라보고 관리하고는 있지 않은가에서 시작한다. △데이터의 단순 입출력의 편리성을 강조한 저장시대 △데이터의 정합성 및 검색의 용이성을 강조한 검색시대 △마지막으로 데이터베이스 내부의 데이터가 스스로 유기체의 성질로 변형되어 생명력이 존재하는 분석시대로 구분해 시기마다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관리하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음을 알아보고,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데이터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독자와 함께 도출해 본다. |
[연재순서]
1회: 분석시대의 탈구조적 데이터 모델링; 엔터티 해체 속성의 재결합
2회: 속성 고찰을 통한 엔터티의 분류(상)
3회: 속성 고찰을 통한 엔터티의 분류(하)
4회: 엔터티의 해체 그리고 속성의 재결합
5회: ICT 플랫폼 구축 사례를 통해 본 탈 구조적 모델링 방법
글: 이강욱 리안주식회사 수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llomyrina@gmail.com
이번 회에서는 우리가 흔히 속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 속성의 조합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엔터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우리가 갖고 있는 시야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그리고 다른 시야로 바라 볼 수는 있는지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자.
해마다 봄이 오면
봄의 전령사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십중팔구 꽃일 것이다. 출근 무렵 노란 개나리를 볼 즈음이면 아 봄이구나 느끼며 입고 있는 옷이 계절에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하얀 벚꽃이 필 때면 차창으로 지나가는 하얀 꽃에 정신을 팔리게 된다. 꽃이 뭐길래? 엔터티에 대해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들은 한번쯤은 예로 들어본 말이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詩)이기에 꽃에 대한 말로 운을 띄워 보았다.
잠시 시 한 편을 감상해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기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__꽃, 김춘수
엔터티의 느낌이 오는가?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엔터티가 발견되고, 엔터티는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는 것." 얼마나 감동적인 광경인가? 하지만 현실은 아주 참담하다. 보통 1년 단위로 프로젝트는 시작되고, 해마다 봄이오면 새로운 프로젝트의 요구분석에 들어가고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꽃처럼 엔터티는 존재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시선을 주지 않고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 '무언가 꺼림직한데?' 하는 일상을 반복한다. 우리 팀원들의 엔터티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끼 차장처럼 엔터티에 대해서 정의하고 또 설명하고 있다. 필자 또한 엔터티에 대해 이야기 하라면 오라클에서 scott/tiger하고 들어가면 처음 보는 emp와 dept 테이블이 엔터티의 전형인양 배우고 후배들에게 알려 주었다. 다시 한번 우리 팀원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여러분 오늘은 제가 교수님처럼 질문을 해볼게요. 한번 답 좀 해 보실래요? 먼저 우리 팀에서 모델링을 제일 많이 해본 차장님께서 엔터티의 정의가 뭔지 팀원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겠어요?
당연히 엔터티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고 있죠^^ 제가 이래도 우리나라 중견 컨설팅 그룹 출신인걸요! ERP를 예를 들면 인사, 재무, 회계, 자산, 감사 이런 것들이 있고, 좀더 자세히 하면 인사에는 직원, 급여, 휴가 이런 게 있어요. 우리 팀원들이 알기 쉽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자 직원이라는 엔터티가 있는데 여기에는 직원번호, 주민번호, 생년월일, 입사일, 직원구분 등등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어때요? 잘 알아 들으셨죠. 물론 초보적인 내용이라 다 알고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끼 차장처럼 엔터티에 대해서 정의하고 또 설명하고 있다. 필자 또한 엔터티에 대해 이야기 하라면 오라클에서 scott/tiger하고 들어가면 처음 보는 emp와 dept 테이블이 엔터티의 전형인양 배우고 후배들에게 알려 주었다. 다시 한번 우리 팀원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곰 팀장: 님 생각이 어때요? 많이 배우셨어요? 혹시 좀 뭔가 빠진 느낌이 드는 건 없어요? 사수라고 편들면 안돼요. 솔직히 자신의 느낌을 말해 주세요.
강 사원: 음… 차장님이 설명은 잘해 주셨는데 좀 건너 띄고 말씀하고 계신 거 같아요.
곰 팀장: 뭔데요? 역시 우리 강 사원님이 좀 있으면 대리를 다시려나 열심히 공부한 거 같네요
강 사원: 부끄럽게요^^ 뭐 차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UID-유일식별자에 대해서도 설명 안 하셨고, 마스터(master)랑 차일드(child) 관계에 대해서도 예를 안 드신 거 같아요.
곰 팀장: 아! 슬프네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는데, 강 사원을 가르친 끼 차장을 탓하자니 결국 저한테까지 책임이 몰려오네요.
끼 차장: 팀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디가 틀린 거죠?
곰 팀장: 제가 엔터티에 대해 정의를 해보라고 했지 언제 예시를 들라고 했나요? 혹시 누가 엔터티에 대해 정의를 내려 주실 분 안 계세요? 저는 우 대리님을 믿어요. 절 실망 시키진 않겠죠?
끼 차장님 그런 말 들으실 줄 알았어요. 끼 차장님은 실무에서만 능하시지 이론이 약하시다니까요^^ 엔터티는 실체에요. 리얼러티~~ 즉 실제 하는 모든 것이 엔터티에요.
곰 팀장: 우 대리님, 끼 차장 면박 줄 상황이 아닌 거 같은데요. 그것도 엔터티의 대상이지 정의라고 할 순 없잖아요. 팀원들 중에 '가방끈'이 제일 긴 양 과장님, 아니 양 박사님 우리 팀원들에게 가르침을 주시죠.
… 그냥 과장이라고 불러주세요. 엔터티를 정의하자면 '저장이 되는 어떤 것'을 말해요. Person, location, thing, event, concept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곰 팀장: 역시 가방끈 무시할 수 없네요. 우리 양 과장님이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엔터티에 대해 잘 말씀해 주셨는데, 제 생각에 양 과장님이 정의한 엔터티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엔터티가 말씀하신 대로 완료된 정의라면 수많은 현장에서 엔터티에 대한 고민 없이 사용하면 되지만,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그 고민을 다시 반복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잖아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이 구절을 음미하며 엔터티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해요^^
현재진행형인 엔터티의 정의
개괄: 사용하기 위한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집합
<표 1> 관점에 따른 정의
사용적 | 용도에 따라 관리가 필요한 모든 관심사 |
실존적 | 사람, 사물, 사건, 개념, 공간적 범위, 시간적 범위 |
형태적 | 데이터의 형태로 저장 가능한 모든 것 |
<표 2> 엔터티의 특성
식별성 | 유일한 식별자(UID)를 가진다 |
영속성 | 영속적으로 존재하는 속성들의 집합 |
참여성 | 업무에 연관되어 이용되어야 한다. |
유형성 | 반드시 식별자를 제외한 하나 이상의 속성을 가져야 한다. |
관계성 | 한 개 이상의 관계를 가져야 한다. |
독립성 | 속성은 UID(유일식별자)를 제외한 내부속성에 의존성을 가져서는 안된다. |
<표 3> 유무형 기준에 따른 엔터티의 종류
유형 |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엔터티 |
무형 | 관리 가능한 정보로 존재하는 엔터티 |
<표 4> 역할 기준에 따른 엔터티의 종류
마스터 |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엔터티의 다른 엔터티의 Parent |
트랜잭션 | 마스터 엔터티에서 업무에 따라 생성된 엔터티 마스터의 Child |
히스토리 | 사건의 이력 엔터티 |
필자가 현재진행형인 엔터티 정의라 표현했지만, 현재진행형이라기보다 우리가 현재 모델링 단계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엔터티의 정의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엔터티를 정의하면 엔터티를 모델링하는 데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까? 상기의 엔터티 정의는 우리 모델링 "결과"의 "근거"는 될 수 있어도 모델링 "과정"의 "해결책"으로는 미흡해 보인다. 과거 필자의 경우를 보면, 엔터티를 모델링한 후 역으로 정의에 위반 되는 내용을 찾아 끼워 맞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발견할 엔터티에 먼저 시선을 주었던 적이 없고, 내 마음속에 경험한 엔터티를 만들어 냈을 뿐이다. 어쩌면 막상 시선이 머물면 그 빛깔과 향기에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지 모르는 두려움이 우리의 시선을 막았을지 모른다. 용기를 내어 이제 한발 다가가 보자.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들으며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아리아를 시작으로 30개의 변주가 진행되면서 마지막에 다시 아리아로 끝나는 32개의 곡으로 이뤄진 바흐의 걸작 중 하나다. 32개의 곡이 모두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음악(Music of Intellect)'으로 꼽히고 있다. 한 시간 정도 연주되는 곡은 앞으로 전진하는 시간 개념을 초월하여 청자(聽者)를 공간 안에서 사로잡는다. 필자는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떠올릴 때면 우리가 모델링하는 엔터티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모델링은 결국 정보 시스템 환경에서 엔터티를 발견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해 정보시스템 환경이 살아 있는 한 그 안에서 영속성을 가지고 시간을 초월하여 살아 있도록 하는 것이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엔터티가 내게 다가와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앞서 선배들이 엔터티에 대한 정의를 규정해 놓았으니 따라 가기만 하면 모두 해결되는 문제일까? 새로운 접근 시각은 없을까? 많은 물음이 몇 년 동안 필자를 괴롭혔던 내용이다. 팀원들과 이 문제에 대하여 토의해 보았다.
곱 팀장: 아까, 양 과장님이 알려 주신 엔터티의 정의와 제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의 엔터티에 대한 정의를 다들 숙지하셨죠? 오늘은 회의 전에 여러분들이 엔터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다시 한 번 알고 싶어요. 전 여러분들이 편해요. 다른 곳에서 이런 얘기 하면 돌 날라올지도 모르거든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제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적어도 제 앞에서는 개선된 의견을 제시해 주시니까요^^ 직급 순으로 얘기해 볼까요?
강 사원: 다른 건 그냥 대충은 이해가 되는데 관점에 따른 정의에서 (사용적-용도에 따라 관리가 필요한 관심사) → 엔터티의 특성 중에 (독립성 -속성은 UID(유일식별자)를 제외한 내부속성에 의존성을 가져서는 안 된다) → 이해가 잘 안돼요. 그건 좀 설명을 누가 해주셨으면 해요.
끼 차장: 독립성은 제가 설명해 줄게요. 독립성이란 엔터티의 속성에서 유일식별자에 모든 속성이 의존해 판단되어야지 엔터티를 구성하는 다른 속성의 변화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거야. 예를 들면 직원이라는 엔터티에서 사원번호가 유일식별자라면 모든 속성은 사원번호에 영향을 받아야지 만약에 부서코드와 부서명이 둘 다 직원의 엔터티라면 이게 잘 못 됐다는 거야. 알았지, 강 사원?
강 사원: 무언지 잘 모르겠어요. 부서코드랑 부서명이랑 둘 다 사원번호에 영향을 받지, 이게 왜 잘못된 거죠?
곰 팀장: 다들 이제 어느 정도 우리가 엔터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정도까진 온 거 같네요.
기존에 있는 걸 모르고 발전할 수는 없겠죠. 이제 좀 다르게 접근해 볼게요. 다시 한번 엔터티를 설명해 보면, 엔터티는 어떤 개체들이 모인 집합이고, 그 개체들의 특성을 설명하는 속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럼 속성은 엔터티에 종속되어 존재하는가, 아니면 속성은 엔터티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 변주곡처럼 속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엔터티가 생성되는가, 아니면 속성은 항상 엔터티에 의존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죠. 생각할 시간을 드릴 테니 생각이 끝나면 우 대리님부터 말씀해 보시죠.
우 대리: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전 속성은 엔터티랑은 별개라고 생각해요. 항상 모든 물질은 물질의 특성을 갖는 분자라는 것이 있고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라는 것도 존재하니까 전 엔터티는 분자라고 생각하고 속성은 원자라고 생각해요. 물은 특성이 있으니 분자(엔터티)이고, 분자를 이루는 속성(원자)은 수소 2 개 산소 1 개 이렇게 구성되지 않겠어요?
양 과장: 차장님 잘 설명해 주셔야죠, 역시 차장님은 실무에만 강하세요^^ 강 사원 잘 들어요. 만약에 부서코드가 바뀌면 당연히 부서명도 바뀌지? 그럼 당연히 부서명은 부서코드에 의존성을 가지니까 결국 사원 엔터티의 본질적 속성은 아니라는 거지. 테이블에서 역정규화로 그렇게 쓸 수는 있겠지만, 만약에 진짜 직원 엔터티를 이렇게 모델링했다면 잘못된 모델링이라는 말이야. 그리고 관점에서 사용적(용도에 따른 관심사)이라는 말은 이렇게 이해하면 돼. 눈에 보이거나 개념적인 건 보통명사 형태로 떨어지는 거고, 관심사라는 건 고객이 요구하는 활동 같은 거야. 예를 들면 감사, 검수, 청구 같은 거지.
양 과장: 와!! 우리 우 대리 대단한데. 나도 우 대리 생각에 동감이야.
곰 팀장: 아직까지 뭐라 딱히 반박은 못하겠는데요. 혹시 다른 의견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강 사원: 다른 의견을 내 놓으시라니까 말씀 드리는 건데요. 유일식별자라는 것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항상 엔터티에 따라 다니는 거 아닌가요? 사원번호는 직원이라는 엔터티 외에서는 쓸 일이 없을 거 같고, 부서코드나 부서명 같은 것도 부서라는 엔터티 외에는 쓸 일이 없을 거 같아요.
끼 차장: 그렇지. 엔터티의 존재가 먼저고, 우리는 거기서 속성을 발견 하는 거야. 속성은 엔터티에 종속적일 수 밖에 없다고.
곰 팀장: 어라? 남자 vs. 여자로 편이 갈렸네요. 건전한 토의에서 편이 나뉘는 건 좋지만, 프로젝트 진행에서 편이 나뉘는 건 별로 좋지 않아요^^ 그러면 여자 쪽에 질문해 볼게요. 모든 원자가 자유롭게 결합해 엔터티가 생긴다면 그것을 결정해주는 요인은 뭐죠? 만약에 특징을 갖고 있는 속성이 모여서 엔터티가 된다면 너무 규칙이 없지 않을까요? 그럼 엔터티가 생성되는 규칙은 뭐가 될까요?
우 대리: 저도 끼 차장님 의견으로 갔어요. 죄송해요, 양 과장님!
양 과장: 자기가 먼저 의견을 내 놓고 그러는 게 어딨어? 누가 뭐래도 전 속성은 독립적이라고 생각해요. 엔터티의 종류는 변했어도 거기에 사용하는 속성이 변하는 건 못 봤거든요. 아직 생성규칙은 생각해본 적 없어요.
곰 팀장: 이제 남자 대 여자가 아니라 학사 대 박사의 대결 구조가 되었네요. 이번에는 학사 쪽에게 질문해 볼게요. 속성이 엔터티에 종속적이라면 논리 모델만 가지고 볼 때 하나의 정보시스템 내에서는 모든 속성이 한 번만 사용되지 않을까요? 다시 말하면 서로 다른 엔터티는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우 대리: 그거야 당연하죠. 속성이 여러 군데 쓰이는 건 잘못된 모델링 아닌가요?
곰 팀장: 우 대리님이 이번에는 적극적이네요. 양 과장님한테 나중에 눈총 받으시면 어쩌시려고^^ 그러니까 최소한 논리 모델링에서의 엔터티는 자기만의 고유 속성이 있고, 서로 다른 엔터티는 관계에 의해 참조만 하면 된다는 말씀이죠.
끼 차장: 현실적으로 그렇게 모델링은 하지 않지만 그게 맞는 거 아닌가요? 참조무결성을 유지하려면 그렇게 해야 되는 거죠.
양 과장: 차장님, 그럼 생성일시 같은 속성은 뭐에요? 다른 엔터티에서 참조하는 것도 아니고 엔터티마다 동일하게 존재하는데 그런 건 어떻게 설명하실 거죠?
끼 차장: 그거야 엔터티 이름을 붙여야지. "사원생성일시", "부서생성일시" 이렇게 말에요.
양 과장: 말도 안돼요. 그럼 삭제구분 이런 건 "사원삭제구분", "부서삭제구분" 이렇게 속성을 명명 하시겠네요.
곰 팀장: 자자, 열기를 가라 앉히시고 두 팀의 주장이 일부 옳고 일부는 충돌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서로의 주장도 알았으니 지금 얘기하는 제가 정리를 해 드릴 테니 다음 시간에 얘기해 보시죠. 그럼 그전에 지금이라도 자기 주장을 바꾸고 싶으신 분들은 말씀해주세요.
강 사원: 저는 양 과장님 편으로요.
팀원들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의 근본 생각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기존 모델링을 살펴보면 모델링 결과가 동일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근거로 기존 모델링 결과와 새로운 모델링의 결과 사이에 차이를 보인다면, 그 결과가 오히려 안 좋게 나올지라도 엔터티와 속성에 대한 생각은 좀 더 성숙해 질 것이다. 서두에 말했듯이 이제는 엔터티를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개의 고원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개의 고원』은 그들이 정의하는 고원에서 수많은 다른 다양성과 접속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엔터티를 바라보는 시각은 구조주의 세계관 속에서 미리 정의된 엔터티에 대한 구조로 인하여 제한 받지 않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탈구조화(해체)를 통해 속성을 다시 재조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자 『천개의 고원』의 일부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표로 정리했다.
<표 5> 사고의 두 가지 유형
리
좀
형 | 리좀이란 뿌리와 줄기를 구분할 수 없는, 반(反)계보적인 식물이다. 리좀은 다음 네 가지 원리적 특성을 가진다. 첫째, 접속과 이질성. 접속은 두 항이 '그리고...그리고'라는 식으로 등가적으로 만나 새로운 제 3의 것을 생성하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의 입은 음식과 접속하여 먹는-기계가 되지만, 성대와 접속하여 말-기계가 된다. 한편 이질성은 접속되는 두 항이 전혀 다른 것인 경우에도 접속을 허용하는 것이다. 막스는 프로이트, 헤겔과 접속하여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기계로, 레닌과 접속하여 볼셰비키의 기계로, 휴머니즘과 접속하여 사르트르의 기계로, 구조주의와 접속하여 알튀세의 기계로 사용된다. 둘째, 다양체. 다양체는 하나의 척도나 원리로 환원되지 않는 이질적 흐름의 집합으로서, 하나의 요소가 추가 되었을 때, 단지 종류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변화하는 것이다. 셋째, 탈기표적 단절. 탈기표적 단절은 당연한 듯이 보이는 기표의 분절(절단)선을 탈주하는 것이다. 당연한 듯이 보이는 것은 우리가 관습적으로 믿고 따르는 한계선이다. 예컨대 '사람/물고기'의 가운데 "/"는 사람과 물고기라는 기표를 절단하고 있지만, 사람/물고기의 절단선을 무효화하면서 '사람의 물고기-되기'라는 탈주(단절)가 가능하다. 요가에는 물고기 체위라는 것이 있는데, 이 체위는 단지 물고기를 사람이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사람이 물고기와 만나며, 물고기의 감응을 생산하는 체위인 것이다. 넷째, 지도만들기와 데칼코마니. 지도의 본질은 '재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경로와 진행, 분기 등을 표시하여 행동의 지침으로 삼는 다이어그램을 '제작'하는 데에 있다. 또 물감이 묻은 원본 한 면이 빈 도화지의 반대 면에 찍힐 때 원래 면이 변형을 겪는 것처럼, 지도(다이어그램)가 다시 현실을 변형시킨다는 의미에서의 데칼코마니이다 |
나
무
형 | 나무는 뿌리-줄기-가지라는 중심성을 가지며, 이러한 중심으로 환원되는 체계성을 가진다. 이 중심이 '근원', '제 일 원인', '일자(一者)', '신' 등을 지칭하는 한, 나무는 중심성과 더불어 초월성을 부여받게 된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이와 같이 초월하는 중심을 가정하고, '이다'라는 동사를 강조하는 사유가 있다면, 이 사유를 나무형 사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인용 출처: 『천개의 고원』, 새물결 간
곰 팀장: 요즘 인문학 열풍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네요. 그래서 본인도 인문학 열풍에 휩싸여 책 좀 읽고 있어요. 여담이지만 EBS 인문학 강의를 봤더니 그런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국가 발전의 초기에는 법학, 정치학, 경제학이 그 나라의 학문을 좌우 한데요. 그 다음은 경영학, 신문방송학이 인기가 있고 다음으로 인문학, 마지막으로 제국을 꿈꾸는 나라들은 고고학, 인류학이 인기가 있다고 하데요.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인문학 열풍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네요.
끼 차장: 팀장님, 요즘 왜 자꾸 선문답 같은 것을 하셔서 긴장 되게 하시나요? 오늘은 어떤 주제로 우리를 괴롭히실지 혹시 가을도 아닌데 독서하라는 경영지원팀의 권고라도 나왔나요?
곰 팀장: 아뇨. 우리가 너무 우리 업무 분야에만 매달리니까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거 같아서 다른 학문에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적용할 사상이 있나 생각 중이었어요. 혹시 여러분들 중에 최근 몇 달 사이 읽으신 책들 있어요? 전공서적이나 우리 업무 관련 서적 말고요.
양 과장: 우리 같은 주부들은 일 끝나고 가면 시간이 하나도 없어요. 우 대리나 강 사원은 아직 미혼이니까 책 볼 시간이라도 있겠죠.
우 대리: 무슨 말씀 이세요. 우리는 데이트할 시간도 없는데, 책 읽을 시간이라뇨. 과장해 말하면 월화수목금금금인데.
곰 팀장: 그래서 제가 오늘은 여러분을 대신해 책을 읽고 느낌 점을 토의해 보려고요. 좀 전에 드린 건 『천개의 고원』에 나오는 내용을 제 나름대로 발췌한 거에요. 이건 시간 날 때 읽어 보시고요. 대충 요약해 드리면 뭔가 비교대상을 삼아 비판하고, 새로운 사유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죠? 오늘 우리 팀원들께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에요. 우리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강 사원: 원래 잘 모르지만, 오늘은 더 어려운 거 같은데요. 접속, 기표, 분절, 탈주 이런 게 나오면 전 알러지가 나요. 오늘도 팀을 나눠 얘기하는 거라면, 전 무조건 양 과장님 편을 할래요.
끼 차장: 강 사원, 내가 문과 출신인 거 모르지? 한때 나도 시인을 꿈꿨다고. 지금도 학창시절 친구들이 나를 보면 저잣거리에 나온 시인 같다고 측은해 한다고.
곰 팀장: 다들 진정하세요. 처음에는 잘 안 와 닿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녀요. 패러다임을 바꾸자 라는 말 속에 힌트가 있어요. 인문학의 시작은 텍스트의 분석이니까 "패러다임을 바꾸자"라는 텍스트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뭘까요?
우 대리: 패러다임? 방금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까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라고 나와있네요^^ 오늘은 제가 선수를 쳤죠?
강 사원: 오늘은 우 대리님의 컨디션이 좋으신데요.
곰 팀장: 패러다임에 대해 정의해 주신 건 너무 좋은데, 제가 텍스트를 분석하자고 한 거는 그것 때문이 아닌데요. "패러다임을 바꾸자"에는 "패러다임"과 "바꾸자"가 나오죠. 먼저 분석대상은 "바꾸자"에요. – 무엇을? 패러다임을 – 여기 텍스트가 의미하고 있는 것은 바꿀 대상으로서의 패러다임이 존재한다. 그럼 패러다임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고,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패러다임은 무엇인가에 초점이 먼저 맞춰지고, 그 다음에 바꿀 패러다임은 어떤 것인가가 텍스트 분석이라고 생각되는데, 제 생각에 이견 없으세요?
양 과장: 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엔터티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 새롭게 엔터티를 보자는 말씀이잖아요.
강 사원; 역시 양 과장님 편을 하길 잘했어요.
끼 차장: 야, 넌 무슨 박쥐야? 아니지, 박쥐는 왔다 갔다 하는 거지. 가만 보니까 자기 주장은 안 하고 어디 묻어가려고 하는데, 그렇게 추임새만 넣지 말고 너도 뭔가 의견 좀 내봐라.
양 과장: 차장님! 강 사원이 판단은 잘해요. 뭐, 제 말에 틀린 게 있어요? 그걸 얘기하죠^^ 우 대리도 나랑 같은 생각이지?
끼 차장: 그거야, 당연한 거니까 그런 거지. 그건 팀장님이 계속 얘기한 걸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 아니에요? 이제까지 계속 엔터티 얘기만 했는데.
우 대리: 전 그냥 듣고만 있을래요.
곰 팀장; 오늘 제가 좀 어려운 얘기를 해서 그런지 다들 조금씩 제가 생각하는 답변보다 미흡한 거 같네요. 전 "방식을 바꾸고 새롭게 보자"라는 말에는 동감인데요. 제가 원하는 답은 "바꿀 방식이 무엇인가?"에요. 제가 한 말의 뜻이 어렵죠? 제가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이니까 전부 조금만 생각해주고 답을 주실 수 있어요? 맞추면 식권 10장 걸죠.
우 대리: 듣고만 있을라고 했더니 안 되겠어요. 제가 팀장님 생각을 맞춰 볼게요. 엔터티를 속성 중심에서 바라 볼 거냐, 아니면 엔터티 중심에서 바라볼 거냐, 이걸 바꾸라는 거잖아요.
강 사원: 제가 좀 늦었네요.
곰 팀장: 역시 끼 차장님은 실무적용에 진짜 능하세요. 시인 안 하시고 이쪽 분야로 오기를 잘하셨어요. 식권 10장은 못 드리겠지만, 오늘 점심은 제가 살게요. 그냥 제가 하려는 답을 말씀 드릴게요. 우리가 엔터티를 바라보는 방식, 즉 패러다임은 구조주의 사고를 통해 바라보고 있어요. 처음에 "엔터티의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죠? 그 정의 자체가 구조주의 사고관에서 발생한 거에요. 엔터티는 무엇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이런 패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엔터티다 등…. 이렇게 엔터티를 정의해 놓고, 우리는 미리 정의된 곳에 엔터티를 껴 맞추고 있죠. 구조주의가 지배하는 세계관에 익숙해 있어서 이런 것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사유 체계 자체를 바꿔 놓았어요. 그런데 제가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한 방식은 이런 구조주의를 해체 후 다시 재결합하고자 하는 해체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거에요.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어요. 예시에 든 "입"을 가지고 생각하면, "입은 무엇 무엇이고 어떤 특징을 가진다"는 생각은 구조주의적 사고에요. 반면 우리가 "입이라는 단어가 접속을 통해 먹는-기계, 말-기계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탈 구조적 사고에요. 뭔가 엔터티에 느낌이 오지 않나요? 제가 응용해 보면 생성 시간이 직원과 결합하면 직원생성시간 이렇게 되는 거고요. 물론 끼 차장님이 말씀한 "직원생성시간"이라는 속성과는 아주 많은 차이가 있어요. 그럼 어떻게 탈구조화해야 할지는 다음에 엔터티를 해체하면서 얘기해 보도록 하죠.
곰 팀장: 끼 차장님도, 양 과장님도 다들 동의하세요?
양 과장: 네
끼 차장: 저는 아니에요. 우 대리 말대로라면 속성 중심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엔터티 중심으로 바라보고, 엔터티 중심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속성 중심으로 바라보라는 말이니까 결국 A=B, B=A 계속 빙글 빙글 돌잖아요.
구조주의는 내부의 정교한 논리구조를 지니고 있어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점점 세상이 발전하고 환경이 복잡해 지면서 논리구조의 한계점이 많이 드러나 대안으로 탈구조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인문과학 분야에서는 탈구조주의가 점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필자는 탈구조주의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하지만, 엔터티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탈구조주의에 입각해 적용해 보려고 한다. 이제 우리의 엔터티를 알아 보았으니, 엔터티에서 속성을 해체해 속성에 대해 살펴보고 엔터티와 어떤 연관을 갖는지 알아보겠다.
금회에 속성의 해체에 대한 내용까지 진행하려 하였으나, 분량이 너무 많아 2회를 두 회 분량으로 나누었다. (다음 회에 계속)
출처: DBGuide.net